알게 된지는 (어쩌면 '뜬'지도) 얼마되지 않았으나, 정말 좋아하는 디자이너 듀오인 빅터와 롤프입니다. 굉장한 쇼라며 에디터들이 들뜬 맘으로 전하던 화려한 여성복 컬렉션보다 단순한 프레젠테이션과 첫 남성복 컬렉션에서 보여준 자신들이 모델이 되는 센스를 더 좋아해요.ㅋ 옷만큼 액세서리들 참 이쁘더군요. 이 두 명이 언젠가 피날레에서 입고 있던 옷차림을 참 좋아하는데 사진 곧 찾아서 올리죠 ^^ (다만 한 가지..모든 잡지에서 이러한 찬사용 기사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인 "완벽한 테일러링과 컷팅"을 과연 패션 에디터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궁금해요.)
시즌 새로운 ‘발견’으로 비상하고 있는 빅터 앤 롤프. 그들의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패션 비즈니즈 전략에 대하여.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빅터 앤 롤프. 지난 10년간 그들은 주로 아방가르드한 쇼크와 비주류적 뉘앙스에 호소해왔지만 이번 시즌엔 아주 우아한 태도를 보이며 ‘상상력 넘치는 웨어러블한 옷들’로 점프했다. 이번 컬렉션은 패션 대가 콤 데 가르송, 이브 생 로랑, 요지 야마모토를 위한 ‘트리뷰트’ 컬렉션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팬츠와 스커트를 반반 섞어놓은 드레스(기네스 팰트로 같은 민주적인 패셔니스타들에게 간택될 듯한)와 우아한 트렌치 코트 룩 등은 그동안 빅터 앤 롤프가 “콤 데 가르송과 이브 생 로랑은 우리의 모형이다.”라고 말해왔을 만큼 이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나 다름없었다. 빅터 앤 롤프의 넘치는 상상력과 비즈니스 전략, 무심한 유머는 옷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컬렉션을 전개하는 방식과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적용된다. 그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을 패션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부각시키며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해왔다. 무명 시절부터 향수 디자인까지 마쳐놓는 용의 주도함을 보이더니 지난해 파리에서 10주년 회고전을 가지면서, 마치 10주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이제까지의 컬렉션에 등장한 모든 옷과 액세서리들을 전시했다.
그뿐인가! 패션 컬트 북 <No。>는 그 다섯 번째 시리즈인 <No。E>의 주인공으로 마틴 마르지엘라를 지목했었으나 방향을 바꿔 책 한 권을 빅터 앤 롤프에게 헌정하는 것으로 궤도를 수정했을 정도다. 이 책을 살펴보면 그들의 영악함과 주도 면밀함, 자신들의 작업에 대한 굉장한 애착에 놀라게 된다. 컬렉션이 끝나고 나면 그 옷들에 대해 별 미련을 두지 않는 대부분의 우리 디자이너들을 생각하면 빅터 앤 롤프가 벌인 일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전 세계 패션 매거진에 실린 모든 에디토리얼과 인터뷰 기사, 광고 비주얼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실은 것은 물론 컬렉션 사진, 심지어 <WWD>와 데일리 뉴스에 실린 컷까지 프린트해 책 사이에 끼워넣었으니까. 속세에 초연한 듯한 그 표정 밑에 이렇게 치밀하게 계산된 비즈니스 전략이 숨어 있었던 것.
새로운 디자인과 패션에 대한 판타지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디자이너의 재능은 레트로와 클래식을 어떻게 요리하고 재창조 해내느냐에 달렸다. 결국 애초에 빅터 앤 롤프가 노렸던 건 앞서 말했듯 레트로와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 넘치는 웨어러블한 옷들’이었던 것. 그들은 그런 패션 철학을 보여주기 위해 10년을 준비했고 운좋게도 그것은 ‘지금’ 패션 피플의 코드에 맞아 떨어지는 옷이 되었다. 물론 이 모든 건 디자이너의 기본인, 완벽한 테일러링과 커팅을 구사할 수 있는 그들의 자신감에서 비롯되었겠지만. 너무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발견’처럼 느끼게 했고 아티스틱한 작업들로 미래를 준비해온 빅터 앤 롤프야말로 천재이고, 비상한 전략가이며 멋진 고등 사기꾼(?)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멋진 전략과 사기라면 앞으로도 몇 번이나 속아줄 용의가 있다.
아니, 반드시 속아야 할 의무가 있다.
westwoodman 석우님 글 펌








